폭염 속 닫힌 문, 홀몸노인의 안부를 묻다
핵심 요약
폭염중대경보가 이어지면서 생활지원사들은 취약 노인의 안부를 하루 두 차례 확인한다.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은 철거 뒤 18층 임대주택 해든집의 원룸으로 이주했다. 주거 환경은 개선됐지만 닫힌 문 안의 안전을 즉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8월 초순 오전 9시,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옆 가파른 길을 생활지원사가 서둘러 오른다.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이어지면서 취약 노인의 안부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확인해야 하는 날이다. 담당 노인들은 대부분 혼자 살며 70대 중후반부터 90대 초반까지다. 가족이 없거나 오랫동안 관계가 끊긴 경우가 많아 전화와 방문을 통한 안전 확인이 하루 업무의 중심이 된다.
생활지원사는 요양 등급을 받지 않은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노인연금 수급자 등을 돌본다. 한 사람이 독거노인 12명에서 16명을 담당하며 안전 확인뿐 아니라 사회 참여 지원, 생활 교육과 일상생활 지원도 맡는다. 하루 5시간씩 주 25시간 근무하고 4대보험이 적용되는 급여는 140만 원 안팎이다. 주로 복지관에 소속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여성 종사자가 많다.
이 일터는 한때 ‘양동’으로 불린 남대문 쪽방촌이었다. 서울역 앞 고층 건물 뒤편에 낡은 4~5층 건물 대여섯 동과 어두운 골목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9월 기존 건물은 철거됐다. 인근 언덕 끝에는 편의점과 빨래방 등을 갖춘 18층 임대주택 ‘해든집’이 들어섰다. 한 평 남짓한 방과 공용화장실을 쓰던 주민 대부분은 개인 화장실이 딸린 원룸으로 옮겼고, 옛 지명은 건물 안 남대문쪽방상담소 이름에 남았다.
주거 환경은 나아졌지만 닫힌 현관문은 새로운 어려움이 됐다. 과거에는 복도 에어컨을 이용하려고 문을 열어 둔 집이 많았으나 이제는 전화와 초인종에 응답이 없으면 실내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생활지원사가 문에 귀를 대고 인기척을 살피는 일도 생긴다. 이날 오전 내내 연락되지 않던 노인이 언덕길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이 확인됐다. 폭염 속 안전 확인은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