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응력 가르는 주거 환경의 격차
핵심 요약
주택 상태와 녹지 접근성의 차이가 지역별 폭염 대응력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같은 날 동네에 따라 체감온도가 12.6도까지 벌어졌다. 도시 숲과 주거 환경을 시민 건강을 위한 공공 인프라로 다뤄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올여름 폭염과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동시에 떠올랐다. 폭염은 기후위기와 맞닿은 자연 현상이지만, 시민이 더위를 견디는 공간은 집과 동네다. 같은 기온에서도 주택 상태와 녹지 접근성, 주변 건물과 포장 면적에 따라 체감하는 위험이 달라지면서 주거 격차가 재난 대응력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27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른 가운데 강북구 송천동의 체감온도는 45.5도, 동작구 사당5동은 32.9도로 측정됐다. 한 도시 안에서 12.6도의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주택과 건물의 밀도, 아스팔트·콘크리트로 덮인 면적, 공원과 숲의 규모가 지역별 폭염 피해를 가르는 주거 환경의 핵심 요소로 드러났다.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저서 ‘폭염 사회’에서 재난이 모두에게 닥쳐도 대응 능력의 차이 때문에 피해는 불평등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1995년 시카고 폭염을 사회적으로 분석한 결과, 노인의 고립과 공공시설 쇠퇴, 열악한 주거 환경이 일부 지역의 사망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도시 숲은 주변 기온을 3~7도 낮추며, 이런 효과는 부동산 시장에서 ‘숲세권’의 가격 가치로도 반영돼 왔다.
집을 주거공간보다 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강한 한국에서는 자산 격차가 자연재해를 견디는 능력의 격차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초고가·비거주 주택자의 부동산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지만, 논쟁은 ‘징벌적 과세’와 ‘세금 폭탄’에 집중됐다. 반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2040년까지 나무 수관이 도시 면적의 30%를 덮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공원과 숲을 사적 자산의 조건이 아닌 시민 건강과 기후복지, 환경정의를 위한 공공 인프라로 다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