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견딘 첫 고추 수확, 부부가 마주한 결실
핵심 요약
폭염을 피해 꼭두새벽부터 시작한 첫물 고추 수확에서 기대 이상의 결실을 거뒀다. 탄저병 방제 덕분에 고추가 건강하게 자랐고, 이튿날 부부가 남은 수확을 함께 마쳤다. 붉은 고추를 손질하며 부모 세대의 농사와 가족을 위해 흘린 땀의 의미를 되새겼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 고추를 따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밭일에 나섰다. 여행과 여러 일정이 겹친 탓에 다른 농가보다 늦게 첫물 수확을 시작했지만, 여섯 이랑의 고추밭에는 붉게 익은 열매가 가지마다 풍성하게 달려 있었다. 서울에서 손주를 돌보던 아내는 더위 속 작업을 만류했으나, 서늘한 새벽 시간을 놓치기 어려워 수확을 이어갔다.
탄저병을 막기 위해 미리 꾸준히 방제한 덕분에 잎과 줄기는 싱싱한 상태를 유지했다. 두 시간가량 작업해 두 이랑을 수확하자 해가 높이 떠올랐고, 모자 끝에서 땀이 떨어질 만큼 기온도 빠르게 올랐다. 더는 무리하지 않고 작업을 멈춘 뒤 거둔 고추를 씻어 건조기에 넣었다. 이튿날 돌아온 아내와는 저녁 무렵 남은 이랑을 마저 훑으며 기대를 웃도는 수확량을 거뒀다.
부부는 고추를 함께 따면서 과거 부모 세대의 농사도 떠올렸다. 당시 첫물과 두물 고추는 햇볕에 곱게 말려 판매한 뒤 자녀들의 학비에 보탰고, 병들거나 물이 찬 고추는 집에서 먹었다. 건조기가 없던 때에는 마당에 고추를 널었다가 소나기가 닥치면 급히 거둬야 했다. 비가 이어지면 가족이 자던 골방에 불을 지펴 말릴 만큼 수확 뒤의 손질에도 많은 품이 들었다.
수확한 고추는 건조기에 넣기 전 그늘에서 하루가량 숙성시켜 빛깔을 깊고 곱게 살리기로 했다. 폭염 속 노동으로 몸은 무거웠지만 탄저병과 비바람, 더위를 견딘 첫 결실을 무사히 거뒀다는 안도감은 컸다. 아내가 건넨 차가운 음료로 목을 축인 뒤 마당에 쌓인 붉은 고추를 바라보며, 부부는 농사에 쏟은 땀과 부모가 감당했던 수고의 무게를 다시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