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버스 청년주택 제안에 거센 역풍
핵심 요약
황희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한 청년용 단기 주거 공간을 제안해 논란이 확산됐다. 청년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며 풍자 이미지와 영상으로 반발했다. 청년 주택 보유율이 27.7%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공급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바꿔 대학가 청년에게 단기 거처로 제공하는 ‘버스 하우스’를 제안하면서 청년층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네덜란드 운하 주변의 보트 하우스에서 착안한 구상으로, 버스 한 대의 개조비를 5000만원으로 잡으면 1만 세대를 5000억원에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대출 규제와 주택난의 해법으로 폐버스 거주를 제시한 발상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서울 은평구 직장인 박혜수(27)씨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버스가 아니라 정상적인 주택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하남시 직장인 김민석(36)씨도 당장 거처를 구해야 하는 청년에게 폐버스를 제시한 데 허탈감을 드러냈다. 엑스와 스레드에는 낡은 버스를 아파트처럼 쌓거나 강남·용산의 한강 조망 고층 아파트 앞에 ‘청년 주택’ 버스를 배치한 이미지가 퍼졌다. ‘더퍼스트무빙캐슬’, ‘버스를 새로운 집으로, 청년의 내일로’ 같은 풍자 문구도 등장했다.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폐버스 청년주택 가상 브이로그’도 올라왔다. 영상 속 6개월 차 주민은 여름에는 찜질방, 겨울에는 냉동고가 된다고 말하고, 곰팡이와 철제 2층 침대가 놓인 내부를 보여주며 세대당 5000만원이 들어간 듯하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제안이 당과 무관한 의원 개인 의견이라고 공지했다. 경기 수원시 직장인 이단비(26)씨는 충분한 검토 없이 의견을 내고 논란 뒤 개인 의견으로 선을 긋는 대응이 반복된다며 실질적인 주거 대책을 요구했다.
청년층의 주택 보유 현실은 이번 반발의 배경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39세 이하 청년 가운데 거주 주택을 가진 비율은 27.7%로, 통계가 재편된 2017년 이후 가장 낮았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과 결혼, 주택 마련의 어려움이 겹친 청년에게 이번 제안이 정치권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진단했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수도권 공급 확대와 안정적인 거주 환경이며, ‘직접 살아보라’는 반응에는 청년 정책을 강조해온 정치권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분노가 담겼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