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돌봄 속 지킨 아들, 장기기증으로 네 생명 살려
핵심 요약
뇌전증으로 30년 넘게 투병한 인후 씨가 뇌사 판정 뒤 장기를 기증했다. 심장과 간, 신장은 네 명에게 새로운 삶을 전했다. 어머니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들의 존재를 기억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
30년 넘게 뇌전증과 싸운 인후 씨가 지난 6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을 통해 네 명에게 새 삶을 남겼다. 가족은 오랜 약물 치료에도 건강하게 유지된 인후 씨의 심장과 간,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세상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던 아들의 삶을 기억해 달라는 어머니 양영희 씨의 바람도 이번 선택에 담겼다.
1991년 전북 전주의 한 가정에서 첫째 아들로 태어난 인후 씨는 생후 7개월 무렵 팔다리가 안으로 오므라드는 발작을 일으켰고, 병원에서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서울과 전북의 여러 병원을 다니며 다양한 약을 사용했지만 치료 과정마다 부작용이 뒤따랐다. 상태가 괜찮고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보조기를 착용한 채 밖으로 나가 가족과 유년 시절의 시간을 보냈다.
인후 씨는 22살 때 심한 폐렴으로 기관 삽관을 받은 뒤 누워서 생활하게 됐다. 어머니는 밤에도 두 시간 이상 연속으로 잠들기 어려울 만큼 곁을 지키며 아들을 돌봤다. 삽관 이후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인후 씨는 잠들기 전 손을 내밀었고 어머니가 손을 잡아주면 소리 없이 미소를 보였다. 두 사람은 손길과 표정, 따뜻한 체온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10년 넘는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지난 6월 어느 여름밤, 배 마사지를 받던 인후 씨의 얼굴빛이 갑자기 포도색으로 변했다. 어머니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며 119에 신고했고, 인후 씨는 병원 이송 뒤 호흡을 되찾았으나 의식은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진이 뇌사 판정과 장기기증을 제안하자 가족은 장기간 약을 복용한 장기를 기증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지극한 보살핌 속에 장기가 건강하게 유지된 사실을 확인하고 기증을 택했다. 어머니는 집 안에서 주로 지내 주민등록등본에만 존재가 드러났던 아들이 이 세상에 살다 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