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약한 존재들이 함께 건너는 밤을 쓰다
핵심 요약
편혜영이 10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 8편을 묶어 5년 만의 소설집을 냈다. 작품들은 삶의 경계에 선 약한 존재들이 관계 속에서 버티고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다. 구조와 장치에 집중했던 기존 작업에서 인물의 내면과 관계를 오래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시선이 이동했다.
소설가 편혜영이 5년 만의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을 펴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한 ‘우리가 가는 곳’, ‘새들의 사회성’, ‘포도밭 묘지’, ‘초록 스웨터’, ‘아파트먼트’, ‘목욕’, ‘자매들’, ‘남은 사람’ 등 단편 8편을 묶었다. 불안하고 연약한 인물들이 곁의 사람을 불빛 삼아 삶을 이어가는 과정이 이번 책을 관통한다.
수록작의 인물들은 자발적 실종을 택하거나 산업재해의 현실을 마주하고, 세상을 떠난 부모의 흔적과 죽음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통증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도 있다. 표제작은 고등학교 동창 두 사람이 경찰서에서 피의자와 피해자로 재회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둘 사이에 우열이 생기지만 더 강한 존재 앞에서는 모두 약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2022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작 ‘포도밭 묘지’는 노동 현장에서 청년들이 산업재해를 당한 사건들을 접한 뒤 구상됐다. 표제작 역시 당시 자주 거론되던 점유물 문제에서 씨앗을 얻었다. 편혜영은 하나의 모티프를 곧바로 확장하기보다 여러 단서가 오랜 시간 자라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생존을 위해 무리를 지어 나는 새들의 모습은 작고 약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움직임이라는 책의 이미지를 압축한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이야기의 구조와 장치보다 인물의 마음과 관계를 오래 바라보려는 변화가 뚜렷하다. 편혜영은 이를 특별한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집필 시간과 경험 속에서 시선의 초점이 이동한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책 첫머리의 ‘함께 깊은 밤을 날아요’라는 문장에서도 중심은 깊은 밤이 아니라 ‘함께’에 놓였다. 소설을 통해 낯선 인물과 사건을 되짚는 시도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다음 작업으로 다소 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