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지킨 도비의 안식처…英 해저케이블 우회
핵심 요약
도비의 가상 무덤을 지켜 달라는 팬들의 항의로 영국 해저 전력망 노선이 변경됐다. 4억3000만 파운드 규모의 그린링크 사업은 무덤을 피해 새 경로로 추진된다. 해변 소유주는 묘역을 보존하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추모 물품을 남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영화 ‘해리 포터’ 속 집 요정 도비의 가상 무덤을 보존해 달라는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영국과 아일랜드를 연결하는 대규모 해저 전력망의 공사 노선이 바뀌었다. 영국 에너지 기업 내셔널 그리드는 4억3000만 파운드, 약 8230억 원 규모의 ‘그린링크’ 프로젝트 노선을 다시 설계해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에 조성된 도비의 무덤을 우회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된 케이블 노선은 해당 해변을 통과할 예정이었다. 공사가 무덤 자리를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의 항의 전화가 수백 통 쏟아졌다. 프로젝트 매니저 사이먼 루들램은 처음에는 도비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동료에게서 팬들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라는 설명을 들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결국 무덤을 피해 가는 대체 경로를 마련했으며, 변경된 노선은 실제 청동기 시대 유적과 상당히 가까워졌다.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은 영화에서 해리 포터를 돕다 숨진 도비를 묻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촬영 세트는 철거됐지만 팬들은 ‘여기 해방된 요정 도비가 잠들다’, ‘도비, 편히 쉬기를’ 등의 문구를 적은 돌을 쌓아 가상의 묘역을 만들었다. 영화 속 장소를 현실의 추모 공간으로 이어 온 팬들의 활동은 전력망 건설 계획이 조정되는 계기가 됐다.
해변 소유주인 내셔널 트러스트도 2022년 의견 수렴을 진행한 뒤 도비의 무덤을 현 상태로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다만 해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방문객들에게 양말을 비롯한 추모 물품을 놓고 가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새 노선이 확정되면서 도비의 무덤은 공사 구간에서 벗어났고, 팬들이 지켜 온 추모 장소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