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보다 대화 택한 교실, 갈등 뒤의 성장을 보다
핵심 요약
조성현 교사는 갈등을 판결하는 대신 학생들이 대화와 사과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다. 교실은 아이들이 다름과 충동, 갈등과 화해를 직접 익히는 첫 공공영역으로 제시된다. 학생에 대한 낙인을 경계하는 동시에 회복의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과제가 남는다.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조성현 작가는 저서 『밑줄 긋지 못한 문장들』을 통해 교실을 갈등의 승패를 가르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공공영역으로 바라본다. 서른 명의 학생과 생활하며 다정한 교사를 자처한 그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곧바로 벌점과 부정적인 이름표를 부여하는 대신, 행동의 배경을 살피고 다시 관계를 맺을 방법을 고민한다.
학생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일부 아이들은 교실에 설치할 수 없는 CCTV부터 찾는다. 불신 속에서 완전한 증거와 공정한 판단을 얻으려는 행동이다. 조 작가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구분해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방식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며 사과할 기회를 마련한다.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시시비비의 확정만큼 회복 과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가 보는 교실은 많은 아이가 처음으로 주인공의 자리에서 내려와 30분의 1이 되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타인과 섞여 다름을 받아들이고, 분노에서 비롯된 충동을 조절하며, 갈등과 화해를 몸으로 익힌다. 상장이나 소풍, 수학여행을 없애 불편한 감정을 미리 차단하는 보호 방식은 질투와 긴장까지 다뤄볼 성장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 낙서와 외모에 대한 관심, 장난처럼 어른에게 무용해 보이는 행동도 각자의 속도로 뻗어가는 성장 과정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시선이다.
수업 방해와 폭언, 또래 괴롭힘을 한 학생을 ‘문제아’나 ‘구제 불능’으로 규정하면 통제와 처벌이 논의의 중심에 놓이기 쉽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려는 정부 방안도 처벌 대상과 사회에서 단절되는 소년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조 작가는 학생에게 어떤 이름표를 붙일지 결정하는 책임이 어른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책임은 커지고 권한은 줄어드는 교육 현장에서 회복 중심의 소신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공동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