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공개 판단 아닌 ‘피고 적격’이 가른 파기환송
핵심 요약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특활비 비공개를 인정한 실체적 판단이 아니라 자료 이관에 따른 절차적 결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일부 경비 자료를 공개 대상으로 본 별도 판결은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청구인이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정보공개 소송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비와 식사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공개를 요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했지만, 정보의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쟁점은 공개 대상 여부가 아니라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진 뒤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기존 소송을 이어갈 실익이 남아 있는지였다.
대법원 3부는 지난 6월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정보를 대통령비서실이 현재 보유·관리하지 않을 가능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주심은 노경필 대법관이었다.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이번 결론이 정보 공개의 타당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피고 기관의 자료 보유 여부에서 비롯된 절차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승수 변호사도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사용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집행 내역 및 지출증빙서류를 공개 대상으로 인정한 별도 판결이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는 점을 짚었다.
파기환송 이후 납세자연맹은 대통령기록관에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거부 처분이 나오면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기존 피고를 대통령기록관장으로 바꾸기도 어렵다. 기록관장은 최초 거부 처분을 내린 행정청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4년간 진행된 소송 끝에 새로운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며, 법원이 필요한 경우 행정기관에 직접 공개를 명령할 수 있는 의무이행 소송 도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