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팹, 반도체 장비 자립·실증 거점 맡는다
핵심 요약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메모리에서 소재·부품·장비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트리니티팹은 SK하이닉스 전문 인력을 활용한 뒤 2031년 12월 이후 독자 운영 체제로 전환한다. 국내 장비 기업은 실증 데이터를 확보해 국산화와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확장이 메모리를 넘어 소재·부품·장비 전반으로 번지면서 한국의 공급망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트리니티팹 초대 대표를 맡은 이기정 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소부장 생태계가 약화하면 한국이 추진해 온 메모리 초격차 전략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는 중국의 독자 생태계 구축과 국산화에 속도를 붙였고, 관련 역량은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맞설 메모리 기업 육성에 대규모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장비 기술도 끌어올리고 있다. 전반적인 기술력이 한국보다 앞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이 개발을 시도하지 않는 극자외선 노광 장비 등 일부 영역에서는 격차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올해 침지식 심자외선 노광 장비의 본격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는 ASML의 극자외선 장비 직전 세대 기술로, 초미세 회로 패턴 형성에 쓰이는 핵심 설비다.
소부장 자립은 메모리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과 직결된다. 2022년 10월 미국이 첨단 장비와 인공지능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직후 현지 첨단 반도체의 성장세가 둔화된 사례도 공급망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국내에는 유진테크와 주성엔지니어링, PSK처럼 특정 분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긴 강소기업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생태계와 실증 기반을 보강하면 장비 국산화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리니티팹은 우선 SK하이닉스 전문 엔지니어를 파견받아 장비 운영을 지원하고,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끝나는 2031년 12월 이후에는 재단이 직접 고용한 인력으로 독자 운영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SML·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KLA 등 장비 빅5는 토털 솔루션 역량이나 벨기에 IMEC 참여를 바탕으로 실증 데이터를 축적해 세계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트리니티팹은 양산 라인 시험 기회가 부족했던 국내 기업에 성능·가격·처리 속도를 검증할 데이터를 제공해 국산화와 해외 진출을 함께 뒷받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