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정출산 시민권 제한 재추진
핵심 요약
트럼프 대통령이 원정출산·대리모 출생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다시 서명했다. 연방대법원은 앞선 명령에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원정출산 방식이 고가 패키지와 미국인 대리모 이용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6일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다시 서명했다. 외국 정부 공무원과 적성국 국민의 자녀뿐 아니라 미국인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외국인 자녀도 시민권 제외 대상에 포함됐다. 출생지를 기준으로 시민권을 인정해 온 미국의 원칙을 둘러싼 법적 충돌이 다시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첫 대선 출마 때부터 출생시민권 폐지를 내세웠다. 첫 임기에는 위헌 논란으로 추진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 임기 첫날인 지난해 1월 20일 불법·일시 체류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대법원은 올 6월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원정출산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지역과 고가 상품을 매개로 확산했다. 2018년 사이판을 포함한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태어난 신생아 1074명 가운데 575명이 중국인 관광객의 자녀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중국인 산모 8000명에게 1인당 4만∼8만 달러, 약 5700만∼1억1400만 원의 출산 패키지를 판매한 조직도 적발됐다. 미국 내 원정출산 규모는 여전히 연간 2만∼3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병역 기피 등을 목적으로 한 원정출산이 성행해 매년 한국인 신생아 5000명이 미국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거론됐다. 2005년 이중국적자가 병역을 마쳐야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고, 2017년 이후 미국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열기는 약해졌다. 최근에는 중국 부유층이 자녀 한 명당 최대 20만 달러, 약 2억8000만 원을 내고 미국인 대리모를 이용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새 명령도 수정헌법 14조와 충돌한다는 논란이 이어져 출생시민권 제한의 최종 향방은 다시 사법 판단의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