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 장기판 사라지자 엇갈린 도심 신고 흐름
핵심 요약
탑골공원 관할 112 신고는 장기판 철거 이후 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묘와 동묘 관할 신고는 각각 16% 넘게 증가했다. 노인들의 교류 공간이 실내 문화놀이터와 무료급식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난해 7월 탑골공원에서 장기판이 철거된 뒤 공원 관할 지역의 112 신고는 감소한 반면 인접한 종묘와 동묘 관할에서는 각각 16% 넘게 증가했다. 올해 1~7월 종로2가지구대 신고는 1만1181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916건, 7.6% 줄었다. 같은 기간 종로5가파출소는 4374건에서 5103건으로 16.7%, 동묘파출소는 4252건에서 4951건으로 16.4% 늘었다.
종로구는 음주·흡연과 장기판 주변의 다툼·소란이 반복되자 지난해 7월 31일부터 탑골공원 안팎에서 바둑과 장기 등 오락행위, 흡연, 음주가무를 전면 금지했다. 공원 안전관리 직원은 안내사항을 어긴 이용자를 가끔 계도하지만 이전보다 빈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신고 대상자의 연령이나 신고 유형을 별도로 세분화하지 않아 인접 지역 신고 증가를 노인 이동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장기판이 사라진 공원에서는 무료급식이 노인들의 하루를 가르는 주요 일정이 됐다. 인근 급식소가 오전 11시에 배부한 점심 식권 250장은 10분 만에 소진됐다. 설모(86)씨는 아침에 받은 주먹밥을 보관한 채 주변에서 약 4시간을 보내거나 산책한 뒤 귀가한다고 말했다. 4년째 공원을 찾은 정모(70)씨도 연락처 없이 현장에서 만나 대화하던 낯익은 사람들이 지난해 여름 이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장기를 두려는 노인들은 공원 맞은편 실내 공간인 ‘탑골 어르신 문화놀이터’로 이동했다. 현장에는 50~60명이 모였고, 월 이용자는 개관한 올해 2월 1353명에서 7월 3427명으로 5개월 만에 2.5배 늘었다. 박모(85)씨는 공원과 주변에서 장기를 둘 수 없게 된 뒤 종묘시민광장 등지를 옮겨 다니다 문화놀이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음주 장소 이동과 청년층 방문 증가를 함께 가능성으로 보고 있으며,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는 노인들이 교류하고 머물 공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