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권력 승계 변수로 부상한 카스트로의 손자
핵심 요약
미국이 쿠바의 실용주의적 차기 지도자 후보로 라울 로드리게스 카스트로를 주시하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미 중앙정보국장과 국무장관을 만나며 대미 비밀 협상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내부 지지 부족과 후계 경쟁, 호화 생활 논란과 밀수 조직 비호 의혹은 권력 승계의 장애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쿠바와 협력할 실용주의적 차기 지도자를 찾는 과정에서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 라울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후보로 부상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후 임시 대통령이 된 델시 로드리게스와 비슷한 유형의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로드리게스의 쿠바 내 지지 기반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42세인 로드리게스는 라울 카스트로의 장녀 데보라 카스트로 에스핀과 루이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로페스-카예하 장군 사이에서 태어났다. 쿠바 내무부 대령이던 10년 전 라울 카스트로의 프랑스 국빈 방문 경호를 맡았지만, 그 밖의 공식 공직 경력은 없다. 올해 미국과의 비밀 협상에서 핵심 인물로 떠올라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장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각각 만났으며, 주변에는 장차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미국 측은 로드리게스가 자본주의적 사고에 비교적 열려 있다고 평가한다. 고가의 디자이너 의류를 입고 유명 가수들과 어울리거나 콘서트와 보트에서 여가를 보낸 생활상이 그 근거로 거론된다. 그러나 식량·의약품 부족과 정전이 이어지는 쿠바에서 할아버지의 BMW를 타고 아바나를 다닌 모습은 반감을 샀다. 피델 카스트로의 종손자인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가 국영 방송과 정부 발표, 국제 언론 인터뷰에 잇따라 등장하며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는 점도 변수다.
로드리게스에게는 영향력을 이용해 쿠바인의 국외 이동과 불법 물품 반입에 관여한 밀수 조직을 비호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도난 신용카드로 산 물품의 반입을 돕고 명품을 뇌물로 받았으며, 수배 중인 범죄자들이 쿠바에서 활동하도록 묵인했다는 내용이다. 쿠바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고,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외교부 차관은 밀수 조직 연계 주장을 중상모략으로 규정했다. 대미 협상에서 높아진 위상과 달리 내부 지지, 경쟁 구도, 생활 방식과 관련 의혹은 권력 승계의 장벽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