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 뒤 드러난 장기자금의 빈자리
핵심 요약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이후 6,200선까지 밀리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최근 유입 자금에는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역외 헤지펀드 자금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속적인 증시 재평가에는 주주환원 강화와 장기자금 확충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하며 제시한 코스피 5,000 목표는 처음엔 회의적인 반응을 불렀지만, 인공지능 투자 열풍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부상으로 현실이 됐다. 코스피는 2025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75.89%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1월 23일 5,000선을 넘어선 뒤 6월 22일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썼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정점 우려와 외국인 매도가 겹치면서 8월 중순에는 6,200선까지 밀렸다.
급등락의 폭도 이례적이었다. 장중 등락률이 17% 상승에서 9% 하락까지 벌어질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 안정적인 장기자금이 자리 잡기 전에 단기 수익을 좇는 자금이 몰린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도 단기 거래를 자극했다. KB금융그룹의 피터 김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3월 높은 변동성이 장기 투자자를 밀어내 정책 당국이 해소하려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른 형태로 되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증시의 장기 성과는 투자자의 불신을 키운 배경이다. 10년 전 1억원을 투자해 배당과 자본이득을 합산했을 때 2024년 미국 투자액은 3억4천만원, 일본은 2억8천만원, 대만은 2억6천만원으로 불어났지만 한국은 1억6천만원에 그쳤다. 부진한 주주환원과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려는 정책에 국내외 투자자의 관심이 모인 이유다. 특히 두 반도체 대기업을 포함한 상당수 국내 기업은 배당과 주주환원에서 글로벌 경쟁사에 뒤처져 배당 수익을 중시하는 자금을 붙잡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6월 중순 이후 외국인 매도가 다시 나타난 가운데 순매수 자금의 상당 부분은 케이맨제도·프랑스·홍콩·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기반을 둔 유럽계 및 역외 헤지펀드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자산운용사의 구조적 비중 확대라기보다 급락 뒤 단기 차익을 노린 성격이 강해 목표 수익에 도달하면 빠르게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노무라는 7월 29일 대형주 중심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기초여건 개선을 다음 재평가 동력으로 꼽으며 연말 코스피 10,000~11,000을 전망했다. 새 지수 목표보다 중요한 과제는 시장 구조를 개선해 유입된 자금이 머물도록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