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 선박 피격 후폭풍, 이란 내부서 보복 vs 신중론 대립
핵심 요약
카스피해 이란 선박 폭발 사건으로 이란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보복을 둘러싼 강경론과 신중론이 대립하고 있다. 강경파는 유럽과 나토를 겨냥한 보복을 주장하지만, 군사적 제약과 외교적 부담을 이유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양국은 외교적 해법을 모색 중이며, 이란은 배상을 요구했다.

카스피해에서 발생한 이란 선박 폭발 사건을 계기로 이란과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는 강경론과 확전을 피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응을 둘러싼 이란 내부의 이견을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아스트라한 항구 인근 카스피해에서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란 선박은 폭발로 선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의 사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강경 성향의 보수 일간 카이한은 이번 공격 배후에 “이란을 새로운 전선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개입이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영 일간 파르히크테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과 미국의 승인 없이 이번 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은 작다며, 키이우가 유럽과 나토의 대리 세력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 니마 아크바카니는 보복 대상이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스피해는 이란의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 통로이자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주요 항구 이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체 무역로 역할을 하고 있다. 내륙 수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국제 제재를 우회하는 통로로도 활용돼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신중론은 새로운 전선을 여는 것이 이란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본다. 전직 외교관 코우로시 아마디는 우크라이나와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 경우 이란은 카스피해 인근으로 전력을 재배치해야 하고, 그 결과 다른 지역의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사 전문가 모흔센 레이하니는 이란 북서부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 영공을 통과해야 하는데, 튀르키예의 허가 없이는 사실상 실행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일단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이날 아라그치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번 공격이 고의적인 공격이 아니며 사태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아라그치 장관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이란·우크라이나 관계는 2020년 이란 상공을 지나던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가 이란군의 오인 사격으로 격추된 사건 이후 급속히 냉각됐고, 이란이 러시아에 샤헤드 무인기(드론)를 제공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경파의 보복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군사적 제약과 외교적 부담을 고려할 때 이란의 실제 대응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