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태아 심장활동 청취 법안, 의회·시민사회 충돌
핵심 요약
칠레 의회가 임신중단 전 태아의 심장 활동을 들을 기회를 주는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청취를 거부하면 시술을 진행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명확한 찬성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타났다.
칠레에서 임신중단 시술 전 의료진이 배아나 태아의 심장 활동을 설명하고, 임신한 여성에게 이를 직접 들을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심장 소리를 들어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보건법 119조 개정을 목표로 지난 6월 25일 의회에 제출됐으며, 현재 하원 보건위원회에서 초기 심사를 받고 있다.
법안에는 크리스토발 우루티코에체아 의원을 비롯해 국민자유당·공화당·국가쇄신당 소속 의원 6명이 참여했다. 여성이 심장 활동 청취를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거부할 경우 의료진이 임신중단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담겼다. 이 때문에 형식상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실제로는 시술을 위한 필수 단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칠레는 2017년부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 질환이 있는 경우, 성폭력으로 임신한 경우에 한해 임신중단을 허용해 왔다. 법안은 처음에 세 사유 모두에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산모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자궁 밖 생존이 어려운 태아를 임신했거나 강간으로 임신한 여성이 주요 적용 대상이 됐다.
여성 인권단체와 진보 정치권은 심리적 부담과 자기결정권 침해를 우려하지만, 추진 의원들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다시 숙고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맞서고 있다. 마이 초말리 보건부 장관은 지난 3일 심장 활동 청취가 결정 번복으로 이어진다는 과학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동 발의자였던 시메나 오산돈 의원도 지난 7월 지지를 철회했다. 우파가 의회에서 우세하지만 표결 전 단계인 만큼 법제화 여부는 불투명하며, 카스트 정부와 여권 내부의 입장 차이도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