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태아 심장박동 청취 의무화 법안 논란
핵심 요약
칠레 하원 보건위원회에 임신 중단 전 태아 심장박동 청취를 요구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청취를 거부하면 시술할 수 없어 사실상 임신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작용한다. 법안은 치명적 태아 질환과 성폭력에 따른 임신에 적용되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는 제외됐다.
칠레 하원 보건위원회에서 임신 중단 시술에 앞서 임신부가 태아의 심장박동을 듣도록 하는 보건법 개정안이 심사 대기 중이다.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어라’라는 이름의 이 법안은 의료진이 태아의 심장 활동 감지 여부를 임신부에게 알리고, 심장박동을 직접 들을 기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강경 우파 성향의 크리스토발 우루티코에체아 의원과 국민자유당·공화당·국가쇄신당 소속 의원 등 모두 6명이 지난 6월 25일 공동 발의했다. 임신부가 심장박동 청취를 거부할 수는 있지만, 거부하면 의사가 임신 중단 시술을 할 수 없도록 해 청취 절차를 사실상 시술의 필수 조건으로 만들었다.
법안은 처음에 현행법이 인정하는 세 가지 임신 중단 사유 모두를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대표 발의자인 우루티코에체아 의원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면서 적용 범위가 조정됐다. 이에 따라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없는 치명적 질환을 가진 경우와 성폭력으로 임신한 경우에 해당 절차가 적용된다.
칠레는 장기간 임신중절을 전면 금지했으며,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 말기인 1989년에는 치료 목적의 임신중절도 허용하지 않았다. 2017년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 재임기에 법률 21.030이 제정되면서 산모의 생명 위험, 태아의 자궁 밖 독립 생존이 불가능한 치명적 병리, 강간에 따른 임신 등 세 가지 사유에 한해 임신 중단이 허용됐다. 현재 계류된 개정안은 이 가운데 두 사유에 새로운 시술 요건을 추가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