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의 파격 품은 ‘불이선란도’ 한 달 공개
핵심 요약
추사 김정희의 파격적 문인화 ‘불이선란도’ 원본이 특별전에서 한 달간 공개된다. 작품에는 제발과 낙관, 역대 소장가의 수장인 등 오랜 전승 과정이 남아 있다. 빛과 산소에 취약한 지류 유물인 만큼 9월 13일 이후 수장고에서 보존 휴식에 들어간다.
말년의 추사 김정희가 20년 만에 그린 난초 그림 ‘불이선란도’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에서 공개된다. 약 170년 전 완성된 이 작품은 비틀리고 메마른 줄기 몇 가닥으로 당시 문인화의 길쭉하고 매끄러운 난초와 다른 형상을 구현했다. 불교의 불이 사상과 선, 난초를 한 화면에 결합한 파격적인 문인화로 평가된다.
‘부작란도’라는 별칭을 지닌 작품에는 그림을 둘러싼 여러 제발이 남아 있다. 김정희는 난초를 그리지 않은 지 20년 만에 우연히 붓을 들어 천성이 드러났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또 말년을 보살핀 하인이자 제자 달준에게 주려 했지만 높은 사람이 가져갔다며 익살을 보탰다. 작품을 가져간 인물로는 김정희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조선 차 문화를 대표하는 초의 선사가 거론된다.
화면 곳곳에는 15개 안팎의 붉은 인장이 찍혀 작품이 거쳐 온 시간을 보여준다. 김정희가 직접 남긴 낙관 5개 사이에 제자 김석준과 광복 후 국무총리를 지낸 장택상, 서화가 손재형, 개성 출신 거부 손세기 등 역대 소장가의 수장인 10여 개가 자리한다. 서양의 관점에서는 훼손으로 볼 수 있는 도장이 동양에서는 여러 세대의 감식과 소장 내력을 드러내는 흔적으로 남았다.
원본 관람은 석 달간 열리는 특별전 가운데 9월 13일까지 한 달만 가능하다. 한지는 빛과 산소에 계속 노출되면 바스러지거나 변색될 수 있어 전시 뒤 수장고에서 2~3년간 보존 휴식에 들어간다. 개인 소장품이던 작품은 2018년 박물관에 기증됐고 2023년 국가유산 지정 절차를 마쳐 보물이 됐다. 국보인 ‘세한도’와 지정 등급이 다른 배경에는 기증과 행정 절차가 진행된 시점의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