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소비심리에도 지갑은 열렸다
핵심 요약
미시간대 소비자심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미국의 소비와 고용, 기업 실적은 견조했다. 정치 성향과 조사 방식 변화, 실제 물가 부담이 심리지수 하락에 함께 영향을 미쳤다. 장기 데이터에서는 소비심리를 추가해도 향후 소비지출 예측력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의 소비심리와 실제 경제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2026년 5월 44.8로 1952년 조사 개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6월 49.5로 올라섰다. 그러나 5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9%,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심리지수만으로 소비 위축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과 고용, 성장 지표도 침체 신호와 거리가 있다. S&P500 기업 가운데 84%가 1분기 예상 실적을 웃돌았고 전체 이익은 20.7% 늘었다. 5월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21만6000건, 실업률은 4.3%였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는 2분기 성장률을 연율 4.3%로 추정했다. 과거 25년간 대체로 함께 움직이던 심리와 실물 지표는 2022년 이후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측정 방식과 정치 성향은 괴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용과 사업 여건을 중시하는 콘퍼런스보드 지수는 2026년 5월 92.8로 장기 평균에 가까웠지만, 가계 재무와 물가 인식에 무게를 둔 미시간대 지수는 최저 수준이었다. 미시간대가 2024년 중반 전화면접을 온라인 주소 기반 조사로 전환한 뒤 응답자의 약 66%가 민주당 성향, 33%가 공화당 성향으로 구성되는 표본 쏠림도 나타났다. 2025년 초에는 공화당원 심리가 두 달 만에 67에서 93으로 뛰고 민주당원 심리는 78에서 56으로 떨어졌다.
정치와 조사 방식만으로 모든 하락을 설명할 수는 없다. 2026년 5월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뛰고 관세 압박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무당층과 공화당원의 심리도 함께 악화했다. 다만 30년 이상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실험에서는 실물지표만 반영한 모델과 소비심리를 추가한 모델의 정확도가 거의 같았고, 향후 1~2분기 소비 증가율 전망 차이도 0.5%포인트 이내였다. 설문에서 드러난 불만보다 소득과 고용, 보유 자산이 실제 지출을 좌우한다는 점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