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도권 폭염중대경보, 일터는 멈추지 못했다
핵심 요약
서울 동남·서남권에 수도권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다. 한낮 작업 중단 권고에도 노동자와 취약계층은 생계를 위해 현장을 지켰다. 지자체는 밤더위대피소와 드론 예찰을 가동했지만 온열질환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영남권을 달군 극한 폭염이 수도권과 호남으로 확산한 가운데 생계를 위해 한낮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와 취약계층이 위험한 더위에 노출됐다. 3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6.7도, 구로는 39도까지 올랐다. 서울 동남·서남권에는 이날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으며, 4일 오전 11시부터 경기 오산·하남·여주 서부 등에도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을 기준으로 한 경보가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신호등 전신주 작업을 하던 진영준 씨는 작업지를 옮기는 30분∼1시간 동안 나무 그늘에서 손부채질로 더위를 식혔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동선과 떨어져 있는 데다 찾아간 곳의 에어컨도 고장 난 상태였다. 전단지를 배포한 이영선 씨는 일감이 끊길까 우려해 가장 더운 점심시간에도 2시간 동안 서서 일했다. 20년 넘게 로또 노점을 운영한 김 씨는 냉장고 모터 열기로 37∼38도까지 오르는 3.3㎡ 컨테이너에서 하루 15시간을 버텼다.
쪽방 주민들도 무더위를 피하기 어려웠다. 서울시 자활지원 인력은 용산구 후암동 쪽방 건물을 돌며 주민 건강과 냉방시설 작동 상태를 확인했다. 서울시는 6∼8월 쪽방촌 공용 에어컨 전기요금을 월 최대 20만 원 지원하지만, 건물주 동의를 받지 못했거나 낡은 전기설비의 용량이 부족해 설치하지 못한 건물도 있다. 종로·용산구 등 동행목욕탕 5곳은 매일 밤 ‘밤더위대피소’로 운영되고, 쪽방 주민에게는 월 4차례 목욕탕 이용권이 제공된다.
농촌에서는 전남 화순군이 인공지능 드론 6대로 한낮의 야외 작업자 304명을 찾아 이 가운데 116명을 귀가시켰다. 예찰단원은 드론이 식별한 현장에 차량으로 이동해 생수를 건네고 작업 중단을 설득했다. 5월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온열질환자는 2025명, 추정 사망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2일 충남 당진 논두렁과 경기 김포 비닐하우스에서 각각 60대와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충북 충주의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쓰러진 50대 남성이 이송 뒤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