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어가 가르는 ‘오디세이아’의 독법
핵심 요약
‘오디세이아’는 독자의 수준에 맞는 원전 번역본이나 각색본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첫머리의 폴리트로폰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오디세우스와 작품 전체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각색본은 원전에 없는 황금 사과와 트로이 목마 이야기를 명확히 구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약 28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한 ‘오디세이아’를 읽을 때 원전 번역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작품은 1만2110행에 이르는 서사시로, 고대의 사고방식과 관습, 표현이 촘촘히 담겨 현대 독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원전을 무리하게 권하면 고전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판본을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
번역의 난점은 첫머리에 등장하는 폴리트로폰(polytropon)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천병희는 ‘임기응변에 능한’, 이준석은 ‘숱하게 변전한’, 김헌은 ‘곡절 많던 그’, 박문재는 ‘계책 많은 그’, 김기영은 ‘웅변에 능한’으로 각각 옮겼다. 미국의 유일한 여성 번역자 에밀리 윌슨은 이를 ‘복잡한 남자(a complicated man)’로 번역했고, 오디세우스의 영웅성을 약화했다는 논쟁을 불러왔다.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고난을 겪으며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이다. 꾀와 언변을 갖춘 전통적 영웅의 귀환으로 읽을 수도 있고, 수많은 일을 통과하며 삶의 다른 가치를 깨달은 한 남자의 변화로 볼 수도 있다. 놀런 감독의 영화 역시 이 인물에 대한 전통적이고 영웅적인 해석에 여러 방향에서 도전한다.
각색본을 선택한다면 원전에 없는 내용을 분명히 구별했는지 살펴야 한다. 파리스의 황금 사과와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오디세이아’ 원전에 등장하지 않는다. 각색 과정에서 전개와 흥미를 위해 추가할 수 있지만, 주석이나 해설로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책은 원전과 각색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 작품을 존중하는 각색 태도까지 확인하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른다면, 고전을 접할 계기에 서양 문명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