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감세 앞둔 일본 소비세의 정치적 역설
핵심 요약
일본 정부가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품 소비세를 사실상 없애는 방안을 승인했다. 소비 위축의 기억과 생활비 부담이 낮은 세율에도 소비세를 중대한 정치 쟁점으로 만들었다. 첫 세율 인하가 현실화하려면 연간 약 5조 엔의 세수 공백과 사회보장 재원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지난 5일 식품 소비세율을 2027년 4월부터 2년간 현행 8%에서 1%로 낮추고, 남은 1% 상당액도 별도 급부로 보전하는 방침을 승인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89년 소비세 도입 이후 처음으로 세율이 내려간다. 올해 2월 총선에서 내건 식품 소비세 전면 폐지 공약을 절충한 결과지만, 구체적인 재원 대책과 2년 뒤 세율을 되돌릴 수 있을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 소비세를 없애면 연간 약 5조 엔의 세수 공백이 생기는 만큼 선거 직후부터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제기됐다. 소비세는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을 때 누구나 부담해 세율 변화가 생활비와 곧바로 연결된다. 다만 일본의 표준세율 10%는 OECD가 집계한 2024년 회원국 평균 19.3%보다 낮다. 한국과는 같은 수준이고 헝가리의 27%에도 크게 못 미쳐, 논란의 핵심은 세율의 절대적인 높이보다 과거 증세가 남긴 경험에 가깝다.
거품경제 붕괴 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한 일본에서는 소비세 인상이 가계 소비를 다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됐다. 2014년 세율이 5%에서 8%로 오르기 전에는 물건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늘었고, 인상 뒤에는 그 반작용으로 소비가 감소했다. 2019년 일반 세율을 8%에서 10%로 올릴 때 식품 등에 8% 경감세율을 남긴 배경도 생활 부담과 맞닿아 있다. 소비세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별도 설명 없이 농담의 소재가 될 만큼 일상에 깊이 들어온 이유다.
정부가 소비세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사정도 분명하다. 고령화로 연금·의료·간병 지출이 늘면서 소비세는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보장 재원으로 활용돼 왔다. 2009년 집권한 민주당도 임기 중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었고, 노다 요시히코 내각은 2012년 세율을 단계적으로 10%까지 올리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당은 증세 갈등으로 분열하고 총선에서 패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약 40년간 이어진 인상 방향을 처음 돌렸지만, 가계 부담 완화와 재정 공백을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