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주민 품은 대구 ‘폭염 안심주택’
핵심 요약
대구 쪽방 주민이 냉방시설을 갖춘 폭염 안심주택으로 이사했다.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임대주택 5채를 제공하고 민관 기관들이 보증금과 운영비를 지원한다. 이번 사업은 매입임대주택으로의 장기 이주를 돕는 하우징 퍼스트 방식의 첫 시도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3일 오전, 대구 중구 쪽방촌에 살던 김상조(65)씨가 남구 대명동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했다. 당시 대구 기온은 오전부터 34도에 달했다. 김씨가 떠난 한 평 남짓한 방은 햇볕이 그대로 들어왔지만 건물주의 반대로 커튼과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었다. 선풍기를 켜거나 몸을 씻어도 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새집은 기존 쪽방보다 약 6배 넓은 원룸으로, 방과 분리된 주방을 비롯해 에어컨·냉장고·전자레인지 등 기본 가전이 갖춰졌다.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시범사업용 공공임대주택 5채를 제공하고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 가구당 보증금 50만원을 부담했다. IBK기업은행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운영비를 지원하며 폭염 기간 4개월의 임대료도 한시적으로 보조한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 조례를 개정해 쪽방 주민 등의 한시적 주거 이전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냉방비와 선풍기, 쿨매트 등을 나눠줘도 에어컨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쪽방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쪽방상담소는 2020년부터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지원을 요구해 왔고,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거 취약계층에게 안정된 공간을 먼저 제공하는 ‘하우징 퍼스트’ 방식이 도입됐다.
입주자는 봄·가을·겨울 임대료와 전기요금 등을 부담하며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주거급여 대상자인 김씨는 정부의 임대료 지원을 받아 쪽방에 살 때와 주거비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입주 대상은 장기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매입임대주택으로 옮길 의사가 있는 주민을 우선 선정했다. 임대주택 생활을 미리 경험하게 해 안정적인 주거로 이동하는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취지로, 김씨도 내년께 매입임대주택을 구해 정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