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폭력 막으려 흉기 든 조카, 다시 재판
핵심 요약
대법원이 폭행에 맞서 흉기를 든 조카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판단해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1·2심은 특수협박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다툼의 경위와 폭력의 역학관계를 종합했다. 사건은 무죄 취지로 인천지법에 돌아가 다시 심리된다.
어린 시절의 성추행 피해를 가족에게 알린 뒤 집으로 찾아온 삼촌의 폭행에 맞서 흉기를 든 조카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39·여)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의 대응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안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는 2023년 1월 과거 성추행 피해를 가족들에게 폭로한 뒤 자신의 집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삼촌 B씨(76)에게 주먹 등으로 폭행당하자 흉기를 들어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에게 특수협박, B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범행 경위를 참작해 벌금형의 선고를 1년간 유예했다.
대법원은 다툼의 한 장면만 떼어내지 않고 사건의 발단과 폭력의 흐름, 두 사람의 관계를 함께 살폈다. B씨가 예고 없이 A씨 집에 찾아와 갑자기 폭력을 행사했고, 다툼이 잠시 멈춘 뒤에도 서랍을 던지는 등 공격을 이어간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A씨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상황과 양측 행위의 강도, 피해 정도를 비교하면 B씨의 책임이 근원적이고 더 무거우며 A씨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훨씬 가볍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폭력성과 과거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 성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A씨가 격앙된 감정과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흉기를 들었다고 판단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언동과 추가 공격을 막으려는 절박한 대응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도 갖췄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A씨의 특수협박 혐의를 다시 심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