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대학 덮친 문해력 저하…교육·졸업시험 확산
핵심 요약
직장 내 문서 이해와 의사소통 문제가 늘면서 기업·기관의 문해력 교육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학은 졸업시험을 도입하거나 학생 부담이 커진 고전 읽기 필수 강의를 폐지하고 있다.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 점수는 10년 사이 24점 하락해 OECD 내 순위가 22위로 내려갔다.
직장과 대학에서 글의 요지와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업무와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의 한 공공기관은 업무 메일과 보고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재고(再考)’ 같은 기본 업무 어휘를 모르는 직원이 늘자 지난해 말 연수 과정에 문해력 강의를 넣었다. 새 보직이나 부서의 업무 문서와 관련 용어를 스스로 익히려는 직원도 급격히 줄어 외부 전문가에게 비즈니스 문해력 교육을 맡겼다.
강의를 진행한 이승화 작가는 학생 중심이던 문해력 교육 요청이 1~2년 전부터 기업과 기관으로 확산됐으며, 업무 어휘와 직장 내 문해력의 중요성을 설명해 달라는 수요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직장인 대상 일대일 문해력 학원에는 현재 10명이 다닌다. 상사의 지시를 잘못 이해하는 20대 신입 사원부터 보고서 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진 50대 부장까지 글의 핵심 문장을 찾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대학도 대응에 나섰다. 한 전문대학은 모든 학생에게 100점 만점의 문해력 진단 검사를 치르게 하고 60점에 못 미치면 졸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험 난도를 매년 낮추고 있지만 평균 점수는 하락하는 추세다. 부산의 한 사립대는 10여 년 전 논어와 맹자 등 고전을 읽도록 개설한 교양 필수 강의를 최근 폐지했다. 글이 너무 길고 한자어가 많아 읽기 어렵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진 결과다.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된 2010년 무렵부터 긴 글을 피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문제가 직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서에 익숙한 소수와 그렇지 않은 다수 사이의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책 요약과 리포트 작성까지 인공지능에 맡기는 상황을 우려했다. OECD가 2024년 공개한 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 한국 성인 16~65세의 언어능력은 249점으로 OECD 평균보다 11점 낮았다. 10년 전보다 24점 떨어져 순위도 10위에서 22위로 내려갔고, 하락 폭이 더 큰 국가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