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옮겨진 폐기물과 노동자의 위험
핵심 요약
지하 폐기물처리시설 노동자들이 최고 45도에 이르는 환경에서 선별·소각 업무를 맡고 있다. 지하화 시설은 늘고 있지만 환기와 노동안전 기준, 고용 안정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법적 안전기준 강화와 민간위탁 구조 재검토, 쓰레기 감축 대책이 요구된다.
도시의 쓰레기처리시설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냄새와 소음은 시민의 일상에서 멀어졌지만, 폐기물처리 노동자는 폭염에도 창문 없는 작업장에서 선별과 소각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설비의 온도는 45도까지 오르며, 노동자들은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보충하려 소금을 먹는다. 안전상 긴소매 작업복을 벗을 수도 없고, 짧은 휴식에는 지하 4층에서 지상까지 이동하는 대신 작업장에 주저앉아 쉰다.
선별장에서는 수거차가 쏟아낸 혼합 폐기물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고, 노동자들이 페트병과 비닐, 캔을 손으로 분류한다. 음식물처리시설에서는 파쇄·탈수·건조 작업이 이어지며, 소각시설에서는 폐기물을 소각로에 투입하고 고온 설비를 정비한다.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 외부로 내보내는 장치는 갖춰졌지만, 지하 노동자를 위한 환기 설비와 지하화에 대응한 법적 노동안전 기준은 충분하지 않다.
2015년 준공된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쓰레기 소각과 선별, 음식물 및 하수 처리를 지하에 모은 국내 최초의 복합 지하 환경기초시설이다. 지상에는 전망대와 편의시설, 잔디 공간이 조성됐다. 서울 중구는 1999년 지하 재활용 처리장을 열었고 은평구와 강동구도 시설을 지하화했다. 서울시와 수원시가 준비하는 처리시설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발생지 처리 원칙도 시행됐다.
노동자의 고용 구조는 작업장의 위험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 생활폐기물처리시설 노동자의 약 61%는 민간위탁 소속이며 3년 단위 계약으로 일한다. 위탁업체가 교체되면 고용과 연차가 단절되고, 나흘 이상 치료받은 노동자 가운데 72%는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았다. 지하 시설의 노동환경과 안전기준을 법에 구체적으로 담고 민간위탁 구조를 재검토하는 한편, 쓰레기 총량과 분리배출 이후의 처리 과정까지 함께 살피는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