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불안에 금 쌓는 중앙은행…한은도 매입 채비
핵심 요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이 전쟁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중국과 폴란드, 튀르키예가 금 보유를 확대했고 지정학적 위험과 외환자산 다변화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국내 생산 금 매입 채널을 확보하며 13년 만의 추가 매입 가능성을 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뚜렷하게 늘었다. 지난해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863.3톤으로, 2022∼2024년 연평균 1천톤을 웃돌던 수준보다는 감소했지만 2020년 255.0톤과 2021년 450.1톤을 크게 웃돌았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가운데 달러화에 집중된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고 자국 통화의 신뢰를 보완하려는 수요가 금 보유 확대를 이끌고 있다.
올해 2∼5월 세계 중앙은행 73곳에 5년 뒤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할 비중을 물은 조사에서는 78%가 ‘조금 증가’, 5%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석방 한국은행 외자기획부장은 일부 중앙은행이 금을 줄이는 사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늘리는 분위기라며, 미국과 갈등하는 국가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싱가포르 같은 나라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변화도 두드러진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020년 1948.3톤에서 2026년 7월 2331.5톤으로 383.2톤 늘어 세계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러시아는 같은 기간 2298.5톤에서 2292.3톤으로 줄어 5위에서 6위로 내려갔다. 폴란드는 228.7톤에서 613.9톤으로 385.2톤 증가해 순위가 21위에서 10위로 뛰었다. 튀르키예도 394.6톤에서 532.7톤으로 확대했지만 순위는 12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2013년 20톤을 매입한 뒤 추가 매수 없이 104.4톤 전량을 영국 중앙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금 보유 순위는 2020년 33위에서 올해 38위로 하락했다. 5월 말 외환보유액 4270억달러 가운데 금은 48억달러로 약 1.1%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런던 장외시장 등 해외 경로에 더해 국내 생산 금을 살 수 있는 채널을 새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13년 만의 추가 매입을 위한 선택지가 확보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