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예산보다 지역 결정권이 관건
핵심 요약
내년 1월부터 연 1조 원이 넘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집행된다. 기존 재정제도에서는 낮은 집행률과 사업 이관, 지방 자율성 제약이 반복됐다. 지역 특성에 맞는 의료 수요와 예산 배분 기준을 주민과 지방정부가 직접 설계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 연간 1조 원이 넘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담뱃세를 재원으로 집행된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지원하고 공공의료기관을 우선하며 지역이 사업을 주도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집행을 5개월 앞둔 시점에도 지방정부의 준비 상황은 드러나지 않았고, 재정 규모 축소와 기존 일반회계 사업의 이관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순수 신규 예산 편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7월 22일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과 공적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주 여건과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공공병원 설립을 가로막을 수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산부인과·소아과 의사, 공중보건의와 전공의 부족에는 관심과 검토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지방정부와 주민의 의사결정 참여, 특별회계의 신규 재원화 등 재정 배분과 중앙·지방 권한 개편 문제에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기존 재정제도의 성과는 특별회계 신설만으로 목표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2년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첫해 집행률이 37.6%에 머물렀고, 2025년 말 미집행액은 약 9500억 원에 달했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도 집행 지연과 이월, 형식적 평가가 반복됐으며 2026년 지역자율계정 증액 역시 기존 사업의 계정 이관 성격 때문에 자율성 확대가 제한됐다. 국민건강증진기금도 건강보험 지원과 병원 인프라 사업까지 포괄하면서 정책 목적이 흐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역필수의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도시의 병상·의사 확충 방식을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민의 질병 구조와 교통 여건, 보건의료체계, 인구 특성을 토대로 필요한 의료를 지역이 정의하고 의료인력 양성·정착과 공공병원 운영을 스스로 설계할 권한이 요구된다. 특별회계도 기존 사업비 이관 없이 신규 재원으로 편성하고, 배분과 성과평가 기준을 지방정부와 주민이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지역 주도 원칙이 실제 제도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