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단기조달 1273조원…CP 금리 역전
핵심 요약
상반기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발행액이 1272조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0% 증가했다. 증권사의 단기조달이 급증한 가운데 A1등급 기업어음 금리는 회사채와 통안증권 금리를 모두 밑돌았다. 풍부한 증시 대기자금이 수요를 떠받치지만 유동성 악화 시 단기자금 시장이 급격히 경색될 위험도 남아 있다.
증시 활황으로 단기 투자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가 빠르게 단기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업어음(CP·91일물)과 1년 미만 단기사채 발행액은 모두 1272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조1천억원, 68.0%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것과 달리 단기금융시장에는 자금이 몰렸다.
증권사의 발행 확대가 단기자금 시장의 급팽창을 이끌었다. 상반기 증권사가 발행한 일반 기업어음은 48조원, 단기사채는 615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기업어음은 두 배 이상, 단기사채는 세 배 이상 늘었다. 주식 거래대금과 신용융자 잔고가 불어나며 증권사의 조달 수요가 커졌고, 낮은 금리로 확보한 자금은 신용공여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주식·파생상품 레버리지 투자로 연결됐다.
장기조달 시장은 반대 흐름을 보였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식으면서 상반기 무보증 공모 회사채는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6조원 많았다. 1∼5월 일반 회사채 발행액 가운데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차환 비중은 77.3%에 달했다. 11일 A1등급 기업어음 금리는 연 3.15%로 AA-등급 무보증 3년 회사채 금리 4.50%보다 1.35%포인트 낮았고, 1년물 통화안정증권 금리 3.26%도 밑돌았다.
기업어음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도 낮은 금리가 유지된 배경에는 풍부한 단기 유동성이 있다. 증시 호조로 증권투자자예탁금이 증가한 데다 투자 대기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 잔고도 견조해 기업어음 수요를 받쳤다. 다만 금리 인상 국면에서 유동성이 갑자기 줄면 단기조달 의존도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2022년 말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며 기업어음 금리가 연 5.5%까지 치솟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