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집단방위 출범, 한일 협력에도 커진 압박
핵심 요약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파키스탄이 상호 공격을 공동 대응하는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의 동맹 방어 능력과 대중국 견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중동과 동아시아에서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은 자강과 함께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등 실질적인 안보협력을 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 정상은 지난 7일 메카에서 공동방위협정에 서명했다. 세 나라 가운데 한 곳이 무력 공격을 받으면 3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체계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집단방위 원칙인 5조와 유사한 구조를 갖추면서, 중동의 독자적인 안보 연대가 구체적인 협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협정 체결의 배경에는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드러난 안보 불안이 자리한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으며, 친이란 후티 반군은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를 시도했다. 미국은 미사일과 탄약 재고가 위험 수준에 이를 만큼 이란을 공격했지만 걸프 지역 동맹국을 완전히 보호하지 못했다. 중동 국가들은 미국에만 방위를 맡기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직접 부담을 나누는 길을 택했다.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기조는 동아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내 국가의 안보 부담 분담을 주문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도 국방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본·호주·필리핀을 향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일본 배타적경제수역 안에서 실사격 훈련까지 벌였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강도는 낮아져, 역내 국가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은 커졌다.
한국에는 자체 방위력 강화와 주변국 협력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제시됐다. 자강에는 장기간이 필요한 만큼 한일 안보협력은 보다 이른 시점에 추진할 수 있는 선택지다. 과거 분쟁을 겪었고 정치 체제도 다른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가 공동방위에 합의한 것과 달리,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과거사와 국민 정서의 벽에 막혀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필요성을 인정한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아직 진전되지 못했다. 미국의 역할 변화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협력 지연이 국익과 안보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