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미·이란 충돌, 이집트까지 위협
핵심 요약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이라크, 홍해, 레바논, 이집트까지 위협이 번지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는 데서 나아가 먼저 공격을 개시하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방어해야 할 전장이 넓어지면서 사우디까지 군사개입에 나서는 등 수평적 확전 양상이 뚜렷하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양국 간 보복전을 넘어 중동 전역에서 연쇄적인 무력 충돌로 번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28일 밤(미 동부시각 기준)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 등 미군 시설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은 29일 혁명수비대의 지휘소와 미사일·드론 시설 등 수십 곳을 공습하며 맞섰다. 이번 국면의 특징은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는 데서 나아가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는 점으로, 전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의 공격은 미국이 공습의 시작과 중단 시점을 정해온 기존 흐름에 제동을 걸고, 다음 수를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이슨 캠벨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란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원하는 시점에 공격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려 하며, 주도권을 잡거나 적어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수세에 몰아넣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확전 우위'를 앞세워 이란을 압박해왔지만, 이란은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대량 동원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며 이라크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헤즈볼라 등 연대 세력을 활용하는 비대칭 전략으로 맞서왔다.
이런 전략은 미국이 방어해야 할 전장을 넓혀 비용을 높이는 '수평적 확전'의 성격을 띤다. 이번 주 들어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연이어 공격하자 미국과 사우디가 이라크 내 민병대 시설을 공동 공습했고, 그동안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꺼려온 사우디까지 전쟁에 끌어들였다.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선박에 대한 봉쇄를 선언한 뒤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지중해 연안 다미에타항에서는 미국 소유의 부유식 천연가스 저장설비와 그리스 소유 선박에 불이 났으며, 영국 해양보안업체는 드론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집트 정부는 원인과 공격 주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란이나 친이란 세력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전쟁의 불길이 처음으로 이집트와 지중해 에너지 시설로까지 번진 것이다.
레바논 전선도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헤즈볼라가 드론으로 이스라엘군을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사실로 확인되면 지난달 말 이후 이어진 레바논 휴전도 흔들릴 수 있다. 이란과 가까운 무장세력이 이라크와 홍해, 레바논 등 중동 각지에서 동시에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당시 전쟁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란이 전장을 훨씬 넓혀 미국이 더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이 정부와 혁명수비대 사이에 조율된 행동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을 벌인 세력이 미국과 협상해온 이란 인사들과는 다른 집단이며 협상 상대방은 이미 사과했다고 주장했고, 이스라엘 채널12는 중재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공격 소식에 놀랐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혁명수비대가 외교 라인과 별개로 군사행동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