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호르무즈 우회 수송망 확충
핵심 요약
중동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원유 수송망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는 송유관 신설·확장에 나섰고 쿠웨이트·이라크·요르단도 대체 노선을 검토하고 있다. 해협 통과 물량이 하루 370만배럴로 줄었지만 기존 인프라의 이점 때문에 의존도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놓고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들이 해협을 거치지 않는 원유 수출망 확보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양국 간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하나의 해상 통로에 수출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UAE는 오만만 연안 푸자이라와 아부다비 육상 유전을 연결하는 제2 원유 수송관을 건설하고 있다. 완공되면 우회 수송 능력은 기존의 두 배인 하루 360만배럴로 확대돼 아부다비 육상 원유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없이 국제 유조선에 선적할 수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도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의 얀부항으로 이어지는 1201㎞ 길이 동서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웨이트는 사우디 등과 홍해 또는 오만 항구로 연결되는 송유관 건설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라크와 요르단도 홍해 아카바항까지 이어지는 송유관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산 석유의 최대 소비 지역인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원유 저장시설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추진 노력에 포함됐다. 이들 사업에는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고 완공까지 여러 해가 걸리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중동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투자로 판단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지만, 지난 2월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5개월 넘게 폐쇄돼 있다. 전쟁 전 하루 2000만배럴이던 통과 물량은 현재 370만배럴로 급감했다. 우회망 확대는 장기적으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나, 기존 인프라와 운송상 이점을 갖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걸프 산유국의 의존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