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협력 넓히는 중견차, 생산 확대 뒤 기술 주도권 과제
핵심 요약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부진 속에서 중국 자본·기술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KGM은 체리자동차의 투자와 기술을 받아 신형 SUV를 개발하고, 르노코리아는 지리차 계열 물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 생산 확대가 플랫폼과 핵심 기술의 종속, 국내 부품업계의 하청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이 요구된다.
내수 부진에 빠진 KG모빌리티(KGM)와 르노코리아 등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생산량과 수출을 늘리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통상 갈등과 유럽연합의 상계관세 등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자유무역협정과 통상망을 활용해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중국 업체의 이해관계와 국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려는 중견사의 필요가 맞물린 결과다.
체리자동차는 KGM에 7500만 달러, 약 1100억원을 투자했으며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뀌면 지분 10% 이상을 가진 2대 주주가 된다. 양사는 체리의 T2X 플랫폼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술을 KGM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E10’에 적용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7월 KGM의 내수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1.4% 줄면서 개발비 절감과 공장 가동률 확보를 위한 협력 필요성도 커졌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자동차그룹에 지분 34%를 넘긴 뒤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지리차 플랫폼을 활용한 그랑 콜레오스 등의 생산도 확대하면서 지난 7월 수출은 1326대로 전체 판매의 43.8%를 차지했다. 한국GM은 같은 기간 내수 판매가 766대에 머문 반면 수출은 4만1353대로 전체의 98.2%에 달했다. 국내 중견 업체의 생산 기반이 해외 브랜드와 수출 물량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가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쟁점은 생산량 증가와 함께 플랫폼과 미래차 핵심 기술의 주도권까지 중국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다. 국내 공장이 조립 중심으로 재편되면 현대차그룹 공급망 밖에 있는 중소 부품업체들이 독자 개발 역량을 잃고 중국산 핵심 모듈에 맞추는 하청 구조로 편입될 위험이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대형 완성차 업체의 중견사 지분 참여와 부품 공용화 등 산업 생태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