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추격전, 기술 격차보다 속도가 변수
핵심 요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이틀간 각각 17.9%, 22.8% 하락했다. CXMT가 D램 점유율을 8%로 높였지만 기술 수준은 한국보다 2~3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 간 공장 착공과 정책 집행의 속도 차이가 기술 격차 유지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7.9%, 22.8% 떨어졌다. 두 종목에서 감소한 시가총액은 537조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와 YMTC의 성장세가 투자 심리를 흔든 가운데, CXMT는 1년 만에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을 3%에서 8%로 높이고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직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다만 CXMT의 기술 수준은 한국 기업보다 2~3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비롯한 고사양 제품에 집중하는 동안 CXMT가 저사양 시장을 넓힌 구도여서 기술 격차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하락에는 SK하이닉스 ADR 등에 투자한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본 여파도 거론돼, 이틀간의 매도세가 중국 업체의 경쟁력만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업체의 빠른 추격에는 국가 주도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CXMT는 허페이시 국유자본, YMTC는 국가빅펀드와 후베이성이 주요 지분을 보유한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민간기업이다. 2006년 발표된 아세모글루 등의 연구는 모방이 중요한 추격 단계에서는 정부 주도가, 혁신이 필요한 선도 단계에서는 민간 경영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소련의 계획경제와 일본 엘피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실패는 국가 주도 방식의 한계도 함께 보여준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 관료들이 명확한 목표 아래 장기간 같은 업무를 맡아 집요함과 전문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착공까지 6개월이 걸렸지만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는 조성 발표 후 첫 삽을 뜨기까지 73개월이 소요됐다. CXMT의 한국 기업 기술 유출 사건에서는 지난 4월 법원이 관련자들에게 징역 7년 등의 형을 선고했고, 검찰은 단기 매출 손실을 5조원으로 추산했다. 주 52시간제 예외와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쟁까지 겹치면서 기술 우위 유지의 핵심 변수로 투자·연구 환경과 정책 집행 속도가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