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전방위 추격…한국엔 기술 협력 과제
핵심 요약
미·중 반도체 경쟁은 중국이 제재 속에서도 격차 확대를 막으며 맞서는 국면으로 평가됐다. 중국은 공급망 전반과 풍부한 이공계 인력, 지방정부 자금을 바탕으로 혁신 역량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앞선 기술과 제조 경쟁력을 활용하되 AI 수요와 상업성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중국 첨단 산업·투자 전문가인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전무는 미·중 반도체 경쟁을 어느 쪽도 확실히 앞서지 못한 무승부 국면으로 진단했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극자외선 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중국이 선도 기업과의 격차 확대를 막고 있다는 판단이다. 제재가 집중된 화웨이도 반도체 혁신의 여러 영역에 관여하며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칩 설계와 파운드리, 메모리, 장비,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광모듈·광케이블·AI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공급망 전반을 갖췄다. 진행 중인 5개 이상의 극자외선 장비 개발 사업 가운데 하나가 성과를 내거나 화웨이의 로직 폴딩 기술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면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창신메모리 상장과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 소식에도 한국과의 메모리 기술 격차는 유지되고 있으며, 중국이 곧바로 글로벌 선두 기업을 따라잡는다는 전망은 과도하다고 봤다.
지난 15년간 중국 40여 개 도시의 기업을 살핀 이 전무는 연간 500만 명 넘게 배출되는 이공계 인력을 중국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기업들이 이 인력을 연구개발과 특허 확보에 투입하면서 모방을 넘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환경이 형성됐고, 이런 ‘엔지니어 배당’은 최소 20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정부가 벤처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허페이 모델도 혁신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전기료·식료품 가격, 로봇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 혁신 신약을 통한 의료비 상승 억제를 토대로 낮은 제조원가를 유지하며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전무는 한국 기업이 전기차 등 일부 분야에서 앞선 중국 기술과 생산 역량을 활용해 시너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호장벽을 강하게 세울 여력이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 정도여서 유럽·한국·글로벌 사우스는 중국 공급 확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 소비가 늘면 판매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AI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모델이 비용과 의존도 문제로 양립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 반도체 실적에는 중국 변수보다 AI 수요와 에이전트 확산 속도, 상업성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