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개혁 이끈 주룽지, 98세로 타계
핵심 요약
주룽지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12일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재정·금융·국유기업 개혁과 WTO 가입을 이끌며 시장경제 전환을 주도했다. 우파 낙인과 문화대혁명 시련을 거쳐 총리에 오른 뒤 2017년 마지막 공식석상에 섰다.
중국의 계획경제 체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주룽지 전 국무원 총리가 12일 오전 11시 6분 베이징에서 지병 치료 중 숨졌다. 향년 98세다. 중국 당·정 주요 기관은 그를 당과 국가의 지도자이자 정치가로 평가했다. 주 전 총리는 제14기와 제15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으며 1998년부터 국무원 총리를 맡았다.
주 전 총리는 부총리와 총리 재임 기간 재정·조세 체계를 정비하고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및 책임을 나눈 분세제를 도입했다.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외환제도, 증권·선물시장 개혁을 추진했으며 국유기업 재편과 현대기업제도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아시아 금융위기와 대규모 홍수 피해가 겹친 시기에는 재정·통화정책의 방향을 조정해 내수 확대에 나섰고,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했다.
1928년 후난성 창사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었지만 학업을 이어가 칭화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57년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의견을 냈다가 우파로 몰려 직위와 당적을 잃었고, 문화대혁명 때는 집단농장에서 노동했다. 1978년 복권된 뒤 경제 부처를 거쳐 상하이 시장과 당 서기를 맡아 산업구조 조정과 대외지향형 경제, 푸둥 개발·개방을 추진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진입했다.
1990년대에는 기업 간 연쇄 채무를 정리하고 경제 과열과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한편 식량 유통, 주택, 사회보장, 의료·보건, 투자·융자 분야의 개혁을 지휘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 협상 마무리도 총괄해 대외개방 확대의 기반을 다졌다. 직설적인 언행으로 알려진 그는 공직자에게 진실을 말하고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할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퇴임 후 공개 활동을 줄였으며 마지막 공식석상은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