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경제 설계한 주룽지, 98세로 별세
핵심 요약
중국 경제 개혁을 총괄한 주룽지 전 총리가 12일 베이징에서 98세로 별세했다. 국유기업과 재정·정부 조직을 개혁하고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이끌었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경제 성장의 토대를 놓았지만 대규모 실업과 지방 재정난이라는 사회적 비용도 남겼다.
중국의 경제 개혁을 지휘하고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이끈 주룽지 전 국무원 총리가 12일 오전 11시 6분 베이징에서 병환으로 치료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98세다. 중국 당정은 약 2700자 분량의 공식 부고를 내고 경제 운영과 정부 개혁을 주도한 고인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했다.
1928년 후난성 창사에서 태어난 주 전 총리는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고 백부의 손에서 성장했다. 1947년 칭화대에 입학해 전력기계 제조를 전공했으며 194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졸업 후 경제 관료의 길을 걸었지만 1957년 우파 분자로 분류돼 강등됐고, 문화대혁명기인 1970년부터 1975년까지 집단농장에서 육체노동을 했다.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관료로 재기한 그는 국가경제위원회 요직을 거쳐 1987년 상하이 당 부서기 겸 시장에 올랐다. 푸둥 인프라 건설과 금융·경제 개혁, 대외 개방을 추진해 덩샤오핑의 신임을 얻었고, 1992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했다. 이후 부총리와 중국인민은행장을 거쳐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맡으며 경제 개혁을 총괄했다.
주 전 총리는 대형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기업을 합병·매각하거나 퇴출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 사회보장과 재취업 대책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1994년 분세제는 중앙 재정을 강화했지만 지방 재정난과 농민 부담,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반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응과 2001년 WTO 가입, 중앙정부 조직 개혁과 반부패 정책은 주요 성과로 남았다. 그는 공무원이 인민의 공복임을 잊지 말고 진실을 말하며 특권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