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도 끝나지 않는 모녀의 굴레
핵심 요약
『배은망덕』은 죽음을 택한 옌쯔를 통해 독성적인 모녀 관계와 혈연의 의무를 파고든다. 잉 첸은 중국어가 모국어이지만 주로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며, 영어판은 캐럴 볼크가 옮겼다. 중국과 한국의 가족문화 및 유교적 전통의 유사성이 작품의 핵심 갈등을 비추는 배경이 된다.
잉 첸의 중편소설 『배은망덕』은 어머니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옌쯔가 자신의 죽음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다룬다. 옌쯔는 시신을 마주한 어머니가 고통받기를 바라며, 혈연이 부과하는 의무와 효도, 조상에 대한 관념까지 거부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가족과 전통적 사회 기대의 질식할 듯한 압박, 독립적인 운명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저항이 놓여 있다.
이야기의 주요 장면은 옌쯔가 육체를 잃은 유령 같은 존재가 된 뒤 펼쳐진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갇힌 그는 죽음 이후에도 현실에 남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선택이 만든 결과를 서술한다. 여러 인물을 향해 이어지는 옌쯔의 내면은 단순한 사건 전개보다 모녀 관계의 독성과 죽어서도 끊어지지 않는 가족의 속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중국 상하이 출신인 잉 첸은 상하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문학 학위를 받은 뒤 1989년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했으며,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 거주한다. 모국어는 중국어지만 작품은 주로 프랑스어로 쓰고, 영어판은 캐럴 볼크가 번역했다. 어린 시절 교사에게 배운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원칙을 따라 화려한 표현을 덜어낸 쉬운 언어로 서사를 구축한다.
작품에는 중국의 신앙과 관습, 가족문화가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옌쯔의 어머니는 자녀를 강하게 몰아붙이는 ‘타이거 맘’의 모습으로 그려지며 한국의 과도한 ‘헬리콥터 맘’과 맞닿는다. 음력에 기반한 중국의 중추절과 한국의 추석, 두 사회에 깊은 영향을 준 공자의 전통도 문화적 평행선을 이룬다. 1999년 9월, 42세의 힘든 시기에 이 작품을 읽은 독자는 젊은 시절 자살을 생각했던 경험과 윌리엄 제임스의 견해를 떠올렸지만, 당시에는 자살을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욘드 하버드』를 낸 이 독자는 영어를 제2언어로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