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정책대출 예산 97% 미집행…은행 재원 확대
핵심 요약
지난해 주택 구입·전세자금 융자 예산 14조816억원 가운데 4358억원만 집행됐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은행 재원 이차 보전 방식을 확대했다. 정치권에서는 대규모 미집행 예산의 편성 타당성과 장기 재정 부담을 문제 삼았다.
무주택 서민의 주택 구입과 전세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 대출 사업의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3.1%에 머물렀다. 정부가 배정한 주택 구입·전세자금 융자 사업비는 14조816억원이었지만, 실제 집행액은 4358억원에 그쳤다. 편성액 가운데 약 97%가 사용되지 않은 셈이다. 주택도시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은행 자체 재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용 비중을 조정한 결과다.
이 사업에는 청년·신혼부부 대상 대출을 비롯해 신생아 특례 대출과 버팀목 전세대출 등 무주택 서민층을 위한 주요 주거 복지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예산 집행률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99%를 넘었고, 2024년에도 82%를 기록해 목표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한 자릿수로 급락하며 이전 연도와 큰 차이를 보였다. 관련 결산 자료는 국토교통부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에서 대출 원금을 직접 내주는 대신 은행 자금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정책 금리와의 이자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을 확대했다. 당시 주택도시기금 잔액이 약 15조원에 불과해 계획한 융자 예산을 모두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판단이다. 과거에도 전체 대출의 절반가량에 이차 보전 방식을 적용했으나, 지난해에는 기금 부담을 더 낮추기 위해 그 비중을 늘렸다.
국토교통부는 집행되지 않은 예산 대신 은행 재원 이차 보전으로 남은 대출 수요를 지원했기 때문에 실제 이용자에게 발생한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쓰지 않을 예산을 처음부터 대규모로 편성한 이유가 무엇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은혜 의원은 이차 보전이 당장의 목돈 지출은 줄여도 정부가 매년 이자 차액을 부담해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