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을 만드는 물감과 화가의 긴장
핵심 요약
원하는 색을 얻는 확실한 지름길은 없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물감을 다뤄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좋은 그림은 물질의 저항과 이를 다스리려는 화가의 의도가 이루는 긴장을 품는다. 작품에 남은 눈과 손의 갈등을 읽는 일은 그림을 보는 안목과 연결된다.
그림에서 원하는 색을 얻는 방법은 물감을 많이 사용하고 여러 방식으로 그려보는 반복에 가깝다. 연필과 목탄, 붓으로 대상을 옮기는 과정은 눈으로 본 세계가 손을 거쳐 다시 존재하게 만드는 경험이지만, 재료는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능숙한 작업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물감을 다루는 감각까지 쉽게 익히기는 어렵다.
물감은 배합이 조금만 달라져도 의도한 색에서 벗어나고, 화면에 칠한 뒤에는 주변 색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유명 아마추어 화가의 작업에서는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명확한 의도가 없는 상태에서 물감을 마구 바르고 필요 이상으로 쌓는 모습이 나타난다. 재료가 붙어야 할 위치와 방식을 파악하지 못한 채 물감과 맞서는 셈이다.
그러나 그림의 즐거움은 바로 이러한 물질의 저항에서 생긴다. 저항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진 상업용 그림이나 전문가의 작품은 식상하거나 생명력을 잃기 쉽다.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처럼 별도의 맥락을 지닌 경우가 아니라면, 화면에는 재료와 씨름한 흔적과 고심의 징후가 남아야 한다. 다만 낯선 물질성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것과는 구별된다.
힘 있는 그림은 그대로 있으려는 물감과 이를 적절한 자리에 놓으려는 화가의 의도가 팽팽하게 맞설 때 완성된다.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에는 이 줄다리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담겨 있으며, 그 긴장을 읽는 능력은 작품을 보는 눈과 연결된다. 메를로퐁티가 설명한 마음이 실린 시선과 손의 움직임에는 즐거움과 기쁨, 괴로움과 망설임이 함께 놓인다. 사진 속 갤러리 큐레이터도 작품 앞에서 물감이 사용된 방식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