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수술 중 혈관 손상…법원, 병원 과실 인정
핵심 요약
법원이 종양 제거 수술 중 주요 혈관을 손상한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환자는 소장 전체 절제 후 단장증후군과 복강 내 농양으로 숨졌고, 법인은 유족에게 약 8619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수술 난도와 치료 노력을 반영해 병원 책임은 70%로 제한됐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복부 종양 제거 수술 도중 주요 혈관을 손상해 63세 환자가 숨진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이성진 판사는 지난 4월 29일 유족이 부산의 병원을 운영하는 B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8619만7029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B법인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지고 있다.
A씨는 2023년 소화불량과 구토 증상으로 검사받은 뒤 소장 위쪽에서 7~8㎝ 크기의 종양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같은 해 8월 복강경 수술을 시작했으나 종양이 예상보다 크고 상장간막 혈관 기시부에 자리한 데다 주변 장기와 심하게 유착된 것을 확인해 개복수술로 전환했다. 종양 제거 과정에서 상장간막정맥과 하장간막정맥이 손상됐고, 의료진은 계획했던 소장 일부 대신 소장 전체와 오른쪽 대장 일부를 절제한 후 십이지장과 대장을 연결했다.
수술을 받은 A씨에게 복부 통증과 팽만, 발열이 계속돼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문합 부위에서 내용물이 새는 것으로 의심돼 재수술을 시도했지만 심한 장기 유착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서울의 병원에서 다시 수술받았으나 소장 절제로 영양분 흡수가 어려워지는 단장증후군과 복강 내 농양이 발생했고, 같은 해 11월 숨졌다. 재판부는 주요 혈관 손상으로 소장 전체 절제가 불가피해졌고 단장증후군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주요 혈관이 시작되는 부위의 종양을 제거하면서 혈관 보존을 위한 세심한 주의를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수술 동의서에 혈관 손상과 문합, 누출 관련 내용은 있었지만 소장 전절제와 사망 가능성까지 충분히 알리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문합부 누출은 술기상 과실 없이도 생길 수 있고 항생제 투여와 배액관 삽입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다며 수술 후 관리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종양의 위치와 침범 정도, 높은 수술 난도, 의료진의 치료 노력을 고려해 B법인의 책임은 7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