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바둑 모임, 세계 청년들의 사랑방 되다
핵심 요약
서울 종로의 정기 모임에서 여러 국적의 청년들이 바둑으로 교류하고 있다. 2023년 출범한 클럽은 회원 100여 명의 외국인 바둑 사랑방으로 성장했다. 접근하기 쉬운 대국 환경과 학습 기회가 한국을 세계 바둑 애호가들의 목적지로 만들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는 프랑스·러시아·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20~30대 청년 10여 명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대국을 벌였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서울 CES 고 클럽’ 모임이다. 한 말레이시아 여성은 9줄짜리 바둑판으로 사활 문제를 풀었고, 프랑스 출신 유학생 이곤(28)은 상대 진영에서 두 집을 만들어 돌을 살린 승부를 되짚었다.
8년 전 바둑을 접한 이곤은 간단한 규칙 안에서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바둑의 매력으로 꼽았다. 모임에는 평소 약 10명이 참석하지만 자체 대회나 야외 소풍 때는 30명가량으로 늘어난다. 회원 100여 명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도 운영된다. 국적과 성별, 나이, 실력에 제한이 없으며 유학생뿐 아니라 여행 중인 외국인도 SNS와 ‘밋업’을 통해 찾아온다.
클럽은 프랑스 출신 샤를(38)이 2023년 만든 동호회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동네 기원은 남성 노년층 중심이어서 교류하기 어려웠고, 온라인 대국만으로는 고수에게 깊이 배우거나 친밀한 관계를 쌓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샤를은 체스보다 돌의 움직임에 제약이 적은 바둑에서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모임이 알려진 뒤에는 한국기원이 바둑판과 바둑돌을 지원했다.
회원들은 바둑을 ‘고’, 단수를 ‘아타리’, 선수를 ‘센테’로 부르고 ‘날 일 자’ 행마는 체스에 빗대 ‘나이트 무브’라고 표현한다. BTS 팬인 아내와 관광 온 러시아 출신 아르템(32)도 이날 처음 모임을 찾았다. 저렴하게 장비를 구하고 기원과 온라인에서 쉽게 대국할 수 있는 한국의 환경도 외국인들을 끌어들였다.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옥스퍼드대 박사 과정에 있는 오치민(39)씨도 유럽의 바둑 애호가들이 제대로 바둑을 즐길 곳으로 한국을 우선 선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