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누나와 가족의 25년, 일본 다큐가 던지는 질문
핵심 요약
일본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29일 국내 개봉했다. 조현병이 발병한 누나와 그를 집에 가둔 부모의 25년을 기록한 작품이다. 후지노 감독은 가족의 대응을 실패 사례로 인정하며, 치료 시작 후 빠른 호전을 보인 누나의 모습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29일 국내 개봉했다. 이 영화는 조현병이 발병한 누나와 그 누나를 집 안에 가둔 부모의 20여 년을 기록한 작품으로,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가족의 상처와 내밀한 시간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꺼내놓았다. 영화는 관객을 가족의 시선으로 조현병 환자를 아주 가까이서 바라보게 하며, 보는 내내 극장 곳곳에서 안타까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1983년 스물넷이던 누나 마사코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다정하고 똑똑했던 그녀는 의사이자 연구자였던 부모를 따라 의대에 진학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고, 가족은 구급차를 불렀지만 병원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부모는 딸의 병을 인정하지 못했고, 마사코를 집 안에만 머물게 하며 현관문에 자물쇠까지 걸었다. 닫힌 문 안에서 누나의 증세는 점점 악화됐고, 감독은 부모를 거듭 설득했지만 치료는 계속 거부됐다.
증상이 나타난 지 9년이 흐른 1992년, 대학을 졸업한 감독은 취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며 처음으로 녹음기를 켜 집 안의 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소리만 녹음했고, 나중엔 홈비디오를 찍는다고 둘러대며 카메라로 가족을 촬영했다. 감독은 언젠가 누나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게 된다면 오랫동안 이런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기록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그는 이 영화가 조현병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발병 이후 가족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록한 영화라고 설명한다.
더 충격적인 대목은 발병 25년이 흐른 2008년, 마침내 부모를 설득해 누나가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한 뒤다.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누나의 상태는 몇 달 만에 빠르게 호전됐고,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아침을 차리며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게 됐다. 감독은 가족의 지난 25년을 조현병 대응의 실패 사례라고 인정한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입소문을 타며 개봉 8주 만에 전역 100개관으로 확대 상영됐고, 도쿄의 한 독립영화관에서는 55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약 1%로, 우리나라에서도 5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는 정신질환 돌봄의 책임을 대부분 가족이 짊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