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Z가 다시 엮는 아날로그의 시간
핵심 요약
젠Z가 직접 겪지 않은 디지털 이전 시대의 생활 방식과 Y2K 미학을 향유하고 있다. 코바늘 뜨개질은 오프라인 공동체와 디지털 소통이 결합된 취미로 다시 주목받는다. 빌려온 향수는 연결과 성취, 삶의 통제감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를 휩쓴 긴 통바지와 Y2K 미학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젠Z 세대가 직접 겪지 않은 시대의 생활 방식까지 그리워하고 있다. 이른바 ‘빌려온 향수’는 디지털 이전의 단순한 삶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오프라인 서점과 종이책, LP 음반, 베이킹, 도예, 뜨개질을 새로운 유행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과거 ‘할머니 취미’로 여겨졌던 코바늘 뜨개질, 즉 크로셰도 최근 몇 년 사이 젠Z의 아날로그 취미로 떠올랐다. 휴대전화와 SNS에 지친 젊은 층은 손으로 결과물을 만들며 현실에 집중하고 완성의 성취감을 얻는다. 차나 음료를 곁들여 함께 뜨개질하는 ‘sip and stitch’ 행사도 새로운 오프라인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뜨개 공방과 관련 영상이 늘면서 참여층이 넓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젠Z의 뜨개질은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되살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유튜브의 뜨개 인플루언서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인스타그램에서 소개된 털실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아마추어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공개하며 동료를 찾고 교류하는 한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완성품을 판매한다. 아날로그 작업과 디지털 탐색·소통·거래가 하나의 취미 안에서 결합된 셈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시대를 재구성한 향수는 실제 과거와 같을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찾으려는 가치는 과거 사람들이 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의 의미와 비슷한 사람들과의 깊은 연결, 무언가를 완성하는 성취감,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통제감을 되찾으려는 마음이다. 20년 뒤 크로셰는 친구와 인연을 만든 기억이나 오래 간직한 인형, 혹은 한때의 유행으로 남을 수 있다. 어떤 모습이든 젠Z가 살아낸 오늘은 훗날 그들만의 향수로 다시 엮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