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응급의료, 병원 등급보다 생명 방어선 시급
핵심 요약
제주에서 고위험 산모의 헬기 도외 이송이 늘며 필수의료 공백이 드러났다. 202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응급분만 346건 중 34건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됐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앞서 분만·소아·심뇌혈관 응급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제주에서 고위험 산모와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헬기로 다른 지역에 이송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의료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하기에 앞서 24시간 응급분만과 소아·심뇌혈관 진료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체계를 안정시키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임신 24주 차인 20대 산모는 양막 파열로 긴급 치료가 필요했지만 제주대학교병원에도 진료할 의사가 없어 소방 헬기로 부산까지 이동했다. 지난 5월에는 고위험 산모 2명이 같은 날 도내에서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각각 부산과 대전으로 이송됐다. 고위험 산모의 헬기 도외 이송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9건에서 2025년 18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8월 초까지 10건을 기록했다.
202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응급분만 346건 가운데 34건은 소방 헬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전체의 약 10%가 출산이 임박한 긴급한 상황에서도 섬 밖의 의료기관을 찾아야 했던 셈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인 제주대병원 역시 신생아중환자실 포화와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을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70만 명 규모의 제주가 수도권 대형 병원과 중증 암 치료 시설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것보다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에 맞는 응급의료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암 환자는 검사와 수술 일정을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양막이 파열된 산모나 심뇌혈관 응급 환자에게는 이동을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다. 24시간 거점 분만 체계와 소아청소년과 인력 확충, 심뇌혈관 질환의 골든타임 확보가 제주형 의료체계의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