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신작 ‘찌니주의보’, 밥과 곁이 허무는 편견
핵심 요약
정지아가 4년 만의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신작은 구례 산골 마을에 들어온 두 여성과 주민들이 편견을 넘어 곁을 내주는 과정을 그린다. 퀴어·이주·노년·돌봄을 유머로 풀며 타인의 사정을 살피는 문학의 역할을 짚는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40만 독자를 만난 정지아(61)가 4년 만의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내놓았다. 창비가 펴낸 신작은 구례 산골 수평마을로 귀촌한 30대 여성 성진과 혜진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낯선 이웃들이 갈등을 겪고도 밥을 나누며 서로의 자리를 마련해 가는 과정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마을 실세 윤 선생은 이른 아침 주민회의를 열어 두 여성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쑤언은 잘못한 일이 없다며 이들을 감싼다. 노인들은 거침없는 질문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면서도 문고리에 가지나물을 걸어두거나 갓 부친 호박전을 건넨다. 두 여성은 이런 모순 속에서 주민들의 속마음을 읽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도 차츰 곁을 내준다.
1965년 구례에서 태어난 정지아는 2011년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에게 반감을 보이던 주민들이 함께 지낸 시간이 쌓이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공동생활이 편견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품었다. 구례에 왔던 한 레즈비언 여성이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는 이야기에 느낀 아쉬움도 집필의 계기가 됐다. 땅을 떠나기 어렵고 농사일에는 이웃의 손이 필요한 농촌의 삶이 소설 속 공동체를 떠받친다.
작품에는 성소수자와 이성애자, 토박이와 귀촌인, 한국인과 이주여성, 농촌 노인과 도시 청년이 함께 등장한다. 정지아는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문학은 그런 마음을 살피고 어루만지는 일이라고 봤다. ‘빨치산의 딸’과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이어진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이번 작품에서 퀴어와 이주, 노년, 가족, 돌봄의 문제로 확장됐다. 유머와 인물별 사정을 통해 혐오에 앞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