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협력 전략, 5억 년 진화서 되풀이
핵심 요약
절지동물과 근연 동물 621종을 분석한 결과 정자 결합이 진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획득되고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 연관 물질은 일부 계통에서 정자 결합보다 먼저 등장해 협력 구조의 진화적 기반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생식기관 내부의 정자 집단 행동과 꽃매미 방제 표적으로서 SAM의 가능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여러 정자가 물리적으로 연결돼 조직적인 집단을 이루는 ‘정자 결합’이 동물 진화 과정에서 수십 차례 생겨났다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시러큐스대와 이탈리아 시에나대, 헝가리 세게드대 공동 연구진은 절지동물과 근연 동물 621종의 정자 특성을 계통도와 함께 분석해 이런 진화사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정자 결합은 곤충과 레미피드로 이어지는 계통에서 약 4억5260만~5억850만 년 전 처음 출현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후 약 45차례 소실되고 비슷한 횟수로 다시 획득됐으며, 관련 계통은 전체 진화사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이 특성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물려받은 형질이 유지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집단에서 독립적으로 되풀이된 생식 전략이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정자를 연결하거나 주변 구조를 만드는 막 형태의 ‘정자 연관 물질(SAM)’에도 주목했다. 여러 계통에서는 SAM이 정자 결합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정자를 포장하거나 보호하던 물질이 다양한 결합 형태가 출현할 토대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집단 형성이 생식기관 내부 이동이나 물질 운반에 유리한지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유리판 위 관찰과 실제 생식기관 안에서의 움직임이 다를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정자의 협력이 경쟁을 대체한다는 결론이 아니라 두 전략이 생식 과정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앞으로 실제 생식기관에서 정자 집단의 움직임과 이점·비용을 규명할 계획이다. 인간의 난임이나 수정 과정을 직접 다룬 연구는 아니지만 동물 생식에서 정자 간 상호작용을 살필 단서를 제시했다. 또 정자가 서로 결합하지 않은 채 두꺼운 SAM에 둘러싸이는 꽃매미를 대상으로 이 물질의 생식 기능과 방제 표적 가능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SAM 차단에 따른 번식 억제 효과는 이번 연구에서 검증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