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멈춰 세운 이주비 금융 장벽
핵심 요약
은행권 이주비 대출잔액이 2024년 5월 19조원에서 올해 5월 17조원으로 감소했다. 대출 수요는 늘었지만 서울 정비사업 39곳, 약 3만1000가구가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과 직결된 이주비 금융을 일반 가계대출과 구분해 운용해야 한다는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정비사업의 이주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공급 과정에 새로운 병목이 나타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친 사업도 조합원 이주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철거와 착공에 들어갈 수 없다. 행정 절차와 사업성 문제를 넘은 현장에서도 금융 규제가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12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은행권 이주비 대출잔액은 2024년 5월 19조원에서 2025년 5월 17조4000억원, 올해 5월 17조원으로 줄었다. 반면 HUG의 이주비 대출 보증 발급은 올해 1~5월 6952가구로, 2024년 5435가구와 2025년 5578가구보다 늘었다. 서울시가 올해 초 이주 예정인 43개 구역을 조사한 결과 39곳, 약 3만1000가구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주비는 조합원이 기존 집을 비운 뒤 새 아파트 준공 때까지 임시 거처를 구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다. 조합원 이주가 끝나야 철거와 착공이 가능해 대출 차질은 사업 지연과 금융비용 증가,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2025년 6·27 대책 이후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했고, 이주비 대출에는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최대 6억원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규제 적용 여부를 둘러싼 해석 차이까지 생겨 조합이 금융권 취급 기준과 정부 해석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들였다.
신보연 세종대 교수는 사업이 늦어질수록 이자와 공사비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이주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인허가보다 금융·거래 규제가 사업 추진을 막는 주요 요인이며, 이주비 대출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합리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이주비를 주택 매입 자금이 아닌 공급과 직결된 금융으로 구분해 일반 대출 규제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