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곳곳 시공권 분쟁…공공 중재론 부상
핵심 요약
공사비와 자재·브랜드 적용 갈등이 시공 계약 해지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원효성빌라와 상계주공5단지, 상대원2구역에서 사업 지연이 현실화했다. 재선정에 1~2년이 더 걸릴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중재 기능 강화가 요구된다.
공사비와 자재, 브랜드 적용을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의 충돌이 시공 계약 해지와 소송으로 번지며 도시정비사업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강남원효성빌라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에서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를 해지했다. 지난해 6월 시공사 선정 뒤 한남더힐과 같은 고급 빌라 조성이 기대됐지만, 특정 마감재 사용과 추가 공사비 부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대우건설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장기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
상계주공5단지 조합은 2023년 GS건설을 선정한 뒤 높은 분담금과 불리한 계약 조건을 이유로 같은 해 11월 계약을 끝냈다. GS건설은 입찰보증금 반환과 시공이익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합이 부담할 금액은 손해배상 원금 22억원과 지연이자 3억4000만원 등이다. 성남 상대원2구역도 2015년 선정된 DL이앤씨와 특정 자재·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문제로 대립했다. 철거 후 착공 직전 GS건설로 교체하려 했지만, 수원지법이 총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변경 절차가 멈췄다.
갈등의 중심에는 원가 상승으로 불어난 공사비와 사업 주체별 이해관계 차이가 있다. 조합은 조합원 분담금 증가를 억제하려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반면, 건설사는 수익성 악화를 피하려면 현실적인 공사비 반영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여기에 고급 마감재와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가 추가 비용 문제로 이어진다.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과 설계, 시공사 선정을 거쳐 철거·착공으로 진행되며, 시공사 선정 이후 이주와 철거, 착공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구간이다.
시공사를 해지하고 다시 선정하면 사업 기간이 약 1~2년 늘어날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조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구는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TF’ 산하에 신속추진 전문가 지원단을 두고 갈등중재팀, 전문자문팀, 대민상담팀을 운영한다. 갈등중재팀은 분쟁 사업장을 찾아 주민과 조합, 이해관계자의 충돌을 조정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조합과 시공사가 접점을 찾도록 공공지원자가 협의 자리를 마련하고 중재하면 사업 지연과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