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스마트워치에도 막지 못한 잇단 흉기 사건
핵심 요약
송파에서 장모 살해·아내 납치 혐의자가 구속영장을 신청받았고, 제주에서는 스토킹 피해 여성이 숨졌다. 가정폭력 접근금지와 스마트워치는 가해자의 접근을 직접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가해자 격리와 전자장치 활용 등 선제적 통제를 제안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던 26세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강원도로 데려간 혐의로 체포됐다. 제주에서는 스토킹 피해 신고 뒤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보호조치가 있었지만 두 사건 모두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서 현행 보호 체계의 실효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송파경찰서는 지난 11일 긴급체포한 김씨에 대해 1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50대 장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20대 아내를 차량에 태워 강원도로 납치한 혐의를 받으며,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다. 앞서 가정폭력 혐의를 수사한 경기 수원권선경찰서는 8월 주거지 퇴거, 아내 A씨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법원에 신청했다. 추가 신고가 없다는 이유로 유치장 유치 등 강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조치가 두 달 만에 끝난 뒤 경찰은 지난 6일 추가 신청을 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은 19.1%였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1%였다. 이혼이나 별거 등 관계를 정리하는 전후에는 폭력 피해 경험률이 50%로 조사됐다. 가정폭력 임시 접근금지는 기본 2개월, 최장 6개월로 스토킹 잠정조치의 기본 3개월, 최장 9개월보다 짧다. 스토킹에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가능하지만 가정폭력 임시조치에는 같은 규정이 없다. 피해자보호명령은 최장 3년이지만, 지난해 1심 처리 1533건 가운데 결정은 688건(44.9%)이었다. 결정의 98.7%에는 접근금지가 포함됐다.
접근금지는 가해자의 자발적 준수에 기대고,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신고해야 경찰이 출동하는 방식이어서 물리적으로 접근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고위험 가해자를 유치·격리하는 분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접근금지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가정폭력 피의자에게도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잇단 사건은 피해자의 신고에 의존하는 대응에서 벗어나 가해자를 사전에 감시하고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문제를 드러냈다.